

You're MINE !!
Mael & Meiyang
뱀파이어 au
패밀리어들에게는 자신을 만든 순혈 뱀파이어 하나 뿐이었으나, 순혈 뱀파이어들에게 있어 패밀리어란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존재였다. 때문에, 순혈 뱀파이어와 패밀리어 사이에는 명백히, 순혈 뱀파이어가 관계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메이양 또한 네가 그리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수도 없이 봐왔고 수도 없이 그에 대해 들어왔으니까. 하지만 너는... 인간임에도 이상하게 삶에 초연하던 너는 또 한번 메이양의 예상을 벗어났다. 혈기와 생기를 다시금 찾은 얼굴이 저를 보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던 것이 차디찬 송곳이 되어 심장에 꽂혀버렸다. 왜 너는 패밀리어가 되었는데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 저 멀리 위뎨메이 아가씨라며 저를 찾는 사용인들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어디에도 네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메이양은 더 옷장의 구석을 파고들며 몸을 말고 가녀린 몸을 떨었다. 두 눈에서는 눈물이 그칠 줄을 몰랐다. 너무도, 억울했다. 처음 보는 그 순간부터 너는 제게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메이양은 억울했다.
***
너와 처음 만난 곳은 프랑스의 한 한적한 시골이었다. 패밀리어를 만들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에 첫 패밀리어로 어울릴 법한 잘생긴 인간을 찾기 위해 떠났던 여행길이었다. 사람 많은 도심의 어딜 가도 마음에 드는 이들은 없었고, 번잡스럽고 가볍기 짝이 없는 그 분위기들에 질려 잠시 쉬어갈 겸 인근의 시골로 찾아간 것이 그 시작이었다. 따뜻한 빛의 장터를 지나며 유독 햇살이 부신 하늘 아래를 양산을 쓰고 지나갈 때 즈음, 네가 보였다. 싱그러운 꽃들이 한가득한 꽃집 안에서 이상하리만치 생기 없는 그 모습을. 인간의 생을 탐하는 뱀파이어였기에 네 빛나는 생의 심지가 거의 다 타들어갔다는 것이 보였다. 따사로운 햇살과 잘생긴 얼굴, 어딘가 초연한 분위기. 밖에 내어둔 화분들에 물을 뿌리던 너와 우연히 눈이 마주친 순간, 메이양은 결심했다. 제 첫 패밀리어는 바로 너라고.
과학이 발달해 인간들 또한 이능력이나 다름 없는 능력들을 지닌 시대인 덕에 인간들과 인외 종족들은 꽤나 융화되어 살고 있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뱀파이어들은 그 아름다움과 힘 덕분에 유독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드물게 태어나는 순혈 뱀파이어의 경우 영국의 왕실마냥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패밀리어에 대한 로망들도 인간은 물론 인외들에게도 퍼져있었기 때문에 메이양은 제가 제안하자마자 네가 승낙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순혈 뱀파이어중에서도 유독 아름다운 편이었고 생이 꺼져가는 인간들에게 순혈 뱀파이어와 함께 불로불사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달콤한 유혹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실제로도 저를 패밀리어 삼아달라는 편지들은 매일 매일 저택에 한 트럭씩 와, 땔감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 안녕? 내 패밀리어 안 할래요? "
때문에, 이리 자기소개 대신 대뜸 내미는 말에도 네가 당연히 덥석 손을 잡을 줄 알았다. 레이스로 된 화려한 검은 양산에 고귀한 순혈 뱀파이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검은 레이스 드레스. 마침 아름다운 풍경까지 완벽한 모습이었으니까. 인간들이 로맨스 소설에서 가장 설레는 상황 1위로 선정한 것이 바로 이런 것 아닌가. 그래서 메이양은 당연히 의기양양한 얼굴이었고,...
" 사양할게요."
너는 갑자기 무슨 소리지? 하는 얼굴로 상큼하고 정중하게도 거절했다.
여름이었다.
***
그 여름부터 가을이 되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또 여름이 올 때 까지, 메이양은 줄기차게도 너를 쫓아다녔다. 왜 패밀리어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주된 물음이었고, 너는 가끔씩 패밀리어가 되면 무엇이 좋느냐는, 메이양의 입장에서 이해가 전혀 가지 않는 질문을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불로불사를 할 수 있다는 말에 그게 다 죽음을 외면하는 바탕에서 오는 거 아니냐며 덤덤하기 짝이 없는 반응을 할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거의 매번 너와 함께 병원의 진료를 보러 갔고, 네가 몸이 아플 때면 직접 병수발을 들기도 했다. 그래. 사실, 쫓아다니면서 메이양은 이대로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제가 양산을 쓰고 찾아가 문을 두드리며 또 왔냐는 듯한 얼굴을 하면서도 몸을 비켜 들어갈 곳을 내어주는 네가 좋았고, 식물을 손질하는 그 손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으며, 가끔은 못 말린다는 듯 제게 웃어주거나 가볍게 닿아오는 그 손길이 너무도 좋았으니까.
네가 평범한 인간의 수명을 가졌더라면 그래. 네가 호호백발이 되고 걸어다니지 못하게 되어 침대의 생활을 하고, 눈 앞에 다가온 사신에게 손을 내밀려 할 때까지 기다리고 설득을 할 수 있었다. 특히나 자신은 갓 성인이 된 어린 뱀파이어였으니 남은 시간은 길고도 또 길었고, 너를 얻을 수 있다면 몇십 년 정도는 설득에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의 생은 너무도 빠르게 사그라들고 말았다. 한 달에 한 번 가던 병원은 어느 순간부터 이주, 일주일, 매일로 바뀌었고, 다시금 여름이 다가오자 너는 병원에서 나오지도 못했다. 온갖 기구를 단 채 힘겨운 숨을 내뱉는 네게 또 다시 제안을 했지만 너는 그것을 또 거절했지. 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숨조차도 쉬기 힘든 현실이, 네게는 지독해도 소중해 보여 강제로 너를 깨물 수도 없었다. 패밀리어가 되면 순혈 뱀파이어에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원망조차 얼마 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감히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네가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으니.
하지만, 하지만... 정말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멈추어버린 심장 박동과 요란한 소리를 내는 기계음들, 달려오는 의료진들. 힘없이 감겨버린 너의 두 눈. 떨어지는 손.
네 목을 물어뜯어 영원한 종속이라는 독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다.
영원히 나를 원망해도 좋으니, 제발 내 곁에만 있어줘.
너를 길들이기 위해 쏟았던 시간들이 도리어 저를 길들여버렸음을, 그제야 알았다.
길들여져도 좋으니 네가 곁에 있어주길 바랬어.
***
" 그래도 그렇지... 이런 반응은 너무하잖아! "
흐윽, 끄윽, 흰 눈가는 어느새 붉게 무른지 오래였다. 하도 닦아내다 보니 이제는 눈물을 흘릴 때마다 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칠 수가 없었다. 아직도 깨어난 순간 저를 쳐다보며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친 어린애를 보는 듯, 골칫거리를 떠맡은 듯 한숨을 깊게 내쉰 네 얼굴만이 떠올랐으니까. 내가 그렇게도 싫은 건가. 아니면 그렇게 죽고 싶었던 건가. 바라는 건 다 해줄 수 있고 뭐든 해줄 수 있는데. 친척 언니가 뱀파이어를 극도로 혐오하던 혐오론자를 강제로 패밀리어로 만들었을 때를 떠올리니 더 서러웠다. 그리 핏대를 세우고 죽일라 들었던 사람이 새로운 신을 만나듯 경외하는 눈으로 구두에 입맞추며 사랑을 구걸하던 것을 본 게 어제 같은데 너는, 너는 너는 왜... 생각을 하니 또 눈물이 차올랐다. 너무도 서러워서 저 멀리 익숙한 발걸음이 다가온다는 소리를 알았지만 일부러 몸을 더 구기고 울음소리를 억눌렀다.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옆에 노집사의 인기척도 느껴지는 걸 보아 네 의지가 아니라 집 구경을 하다 인기척을 느낀 너나 집사가 다가왔을 것이 뻔히 보였으니까. 똑똑. 사랑해 마지 않는 이의 노크소리라는 것을 앎에도 옷구덩이를 더 파고들며 외면한 것은 그러한 탓이었다. 패밀리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순혈 뱀파이어의 위치를 알고 감정도 느낀다지만, 너는 알아도 자의로 찾아와주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잠시 텀을 둔 뒤 다시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기대감이 드는 것은 제가 네게 길들여지다 못해 백치가 되어버린 탓이겠지.
자그마한 소리를 내고 옷장문이 열리자 조그마한 틈 새로 빛이 들어온다.
집사가, 아니지? 네가 네 의지로 열고 나를 찾아와준거 맞지?
혹시나하는 기대감과 또한번 네게 미움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아직은 어린 뱀파이어가 눈물을 쏟아내며 조심스래 그 틈을 바라봤다.
바래 마지 않는 네가 저를 바라봐주고 있기를. 팔을 뻗어 안아주고 달래주기를 바라면서.
***
제발 나를 사랑해줘. 내 곁에 있어줘. 사랑해.